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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8 측백나무 울타리 (8)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집

 

서울에서 한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광릉 선생님댁을 방문했어요.
30여년전에 이 집을 사서 어린묘목을 심고 땅을 고르고. 정원에 작은 도랑을 만들어
여름내내 도랑의 물소리와 날아오는 새소리와 나무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방물 했을 때도 선생님은 정원사와 함께 사다리에 올라가서 나무를 이쁘게 다듬고 계시더군요.
이집은 세 번에 걸쳐서 구입을 한 1800평 너른 대지입니다.
한사람이 이렇게 오랜시간 가꾸고 쓸고 닦고 하니 윤이 반질반질하고 잡초하나 없는 잔디밭은 뽀송하고 이쁘지요.

그때 어린 묘목들을 심은게 이제는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당시엔 주변 사람들이 서울 깍쟁이가 큰 나무를 심지않고
작은걸 심는다며 한마디씩 했다지요. 그러나 큰 나무를 심는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셨대요. 
정원 한쪽엔 몇해전에 돌아가신 남편의 묘가 있어서 처음 보는 사람은 다소 놀라기도 하지만 사연이 있지요.
내가 죽으면 가족이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고 하셔서 이렇게 무덤을 마당에 둔 것이지요..
소박하게 만든 묘는 누가 무엇을 갖고 오던지 늘 남편 묘로 가서 인사를 합니다.
"여보.. ***가 왔어요. 이렇게 롤케익을 갖고 왔어요"  

지금은 어른키의 몇배나 되는 측백나무는 마치 오솔길을 연상하듯이 오붓함과 추억을 줍니다.
28년 전에 작은 묘목은 이렇게 자라 가슴벅차게 합니다. 

파아란 잔디는 싱그럽고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고..

전국을 돌며 수집한 항아리- 항아리 몇개는 요즘 보기드문 것들도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감상을 하면 도공들이 손가락으로 원을 그린 그 마음까지도 보인다고 합니다.
나무로된 뚜껑을 따로 맞춰서 덮어 두었는데 아주 잘 어울리죠
바닥엔 풀이 자라지 못하게 짚을 죽~ 펼쳐놓기만해도 그윽하고 시원함까지 제공합니다.
이 짚은 저절로 썩으면 거름이 되고 몇년 지나면 다시 짚을 깔고..주변도 깨끗하고 잡초 제거에도 좋지요.

장독대 뒤로 소나무가 몇그루 있고 그 위에는 벤치가 있어서
그 벤치에 앉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정도입니다.

벽돌로 마무리한 장독대- 벽돌로만 장식했는데도 운치있고 멋집니다.
네모난 회색벽돌과 구멍이있는 붉은 벽돌을 정결하게 놔서 깨긋한 장독대.
어디하나 풀이 없지만 장독대에 살포시 자란 풀은 자라도록 냅두니 맘의 여유가 더욱 느껴집니다.

겨울엔 저 안에 홍시를 두고  방문하는 손님에게 내주실테지요.

안방에 놓어였는 책상인데 책등이 쏘옥 들어갈 공간을 저렇게 만들어서 책을 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지요.
몇년전에 맞춘 책상입니다.

지하의 전시공간엔 선생님이 수집한 그릇들이 즐비합니다. 가운데 그릇장은 오래된 것으로 저도 어렸을적에
우리집에 있던것이랑 비슷해서 참 반갑더군요. 선생님께서 시집올 때 갖고온 것이라고 들었어요. 와~  

수석- 도자기나 그릇. 수석 등은 지하 공간에 마련되어 있고 제습기도 가끔 가동을 해서 그런지 깔끔합니다.
어느 화가는 지하전시공간에 온도계와 습도계를 두고 작품을 철저히 관리하잖아요.


" 점심은 내가 추천하는 식당에 가서 먹어야 된다" 고 말씀하시면서 식당 위치를 메모해 주시고 계십니다.
덧붙여 말씀하시길 절대 계산을 하지말라며 그 식당은 나중에 음식값을 보내주기로 했다고합니다.
그 식당으로 전화를 걸어서 잘 대접해 줄 것을 부탁하십니다.
차까지 대접받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식당으로 가서 맛난 음식을 아주 잘 먹었답니다.

대문도 없이 저렇게 나무만 걸쳐 놓고 계십니다. (제주도가 저렇게 하던가요? )
자갈과 맷돌로 측백나무 아래를 정리하고  울타리를 만들고 대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선생님이 추구하는 자연과 하나되는 것과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참으로 멋없겠지요.
집 나서면 길게 끝까지 측백나무가 있고 측백나무가 끝나면 길도 끝나버립니다.

 

여름의 따가운 햇살은 눈이 부시고 송글송글 땀이 맺힙니다.
요즘 세상에 나무울타리는 참으로 정겹고 신선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푸른숲과 나무와 함께한 하루였습니다.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선생님 늘 건강하십시오. 조만간 맛난거 갖고 다시 놀러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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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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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09.08.28 16: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 인연으로 모신 선생님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대단한 분입니다.
    책상이 참 마음에 드는 군요~
    이것은 특허를 받아도 될 듯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2. Favicon of http://leedam.tistory.com BlogIcon leedam 2009.08.28 17: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무척 부드럽네요 ^^ 그림님 고운날 되세요

  3.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08.28 1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년퇴직하시고 정말 행복하게 사시는 선생님으로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잘 보고 가요.^^

  4. Favicon of https://pplz.tistory.com BlogIcon 좋은사람들 2009.08.29 0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의 문턱이지만, 왠지 봄냄새 나는 사진입니다.~ ^^

  5. 2009.08.29 0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09.08.29 1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즈넉한 곳이지만
    참으로 이쁜곳입니다^^
    좋은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