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수

 
매혹적인 장미의 향은 기분좋은 하루를 열게 만듭니다.
세상엔 싱그러운 풀내음과 향기로운 꽃향기가 있고 그 반대의 향수가 있습니다. 

 <피트리그 쥐스킨트> 의 향수에 보면 주인공은 비린내나는 시장바닥의 생선장수 어머니에게서 \
비루하게 태어나서 온갖 멸시와 눈총을 받으며 자랍니다.
'그루누이' 는 천재적이면서 혐오스런 인물로 묘사되고 있지요.
세상의 모든 냄새를 맡으나 자신은 아무 냄새가 없는 사내.
지상최대의 향수를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치 않는 악마적인 '그루누이'
그를 보는 순간 여자들은 쓰러지듯 귀신에 홀린듯 그에게 빠져버리는데 그에게서 나는 향수 때문입니다.
마침내 그를 체포해서 처형하는 그날.
그를 죽이겠다고 쇠몽둥이를 들고온 사람은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이 떨리고,
심지어 모인 모든 관중들은 '그루누이' 가 그럴리가 없다는 동정과 그를 보는 순간 자제력을 잃고 눈물까지 흘립니다.
지체 높은 사람들도 감정에 휘말려 평소의 신중함을 잃어버리고 '그루누이' 를 보고 행복에 겨운 신음소리를 냅니다.
뿜어져 나오는 향은 모든이들의 정신까지 지배하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전에 읽었던 <성석제>의 '천하제일 남가이' 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남가이도 특유의 냄새인 페로몬으로
여자들이 그를 보면 자제력을 잃고 미칠듯이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정신병자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한번도 씻지 않고 사는 사내지요.
전개 과정이나 주인공의 인물묘사나  동네사람들의 행동 등은 '향수' 의 그루누이랑 거의 같습니다.
다른게 있다면 남가이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죠.
그는 천연덕스럽고 억척스럽게 일해서 성공하는 듯하지만 결국 그는 그가 만들어 한때는
그에게 논과 밭을 살 수 있도록 만든 똥통 웅덩이에 누워 죽는 모습으로 이 소설은 마감합니다. 

아.. 오늘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책에 대한 얘기는 아닙니다.
'향수' 와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에 수록된 단편소설인 '천하제일 남가이' 의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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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고등어를 구웠어요.
조기를 굽거나 갈치를 구울 때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등어 냄새는 정말 유난스럽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창문을 열어도 고등어 냄새는 하루 왼종일 벽에 붙박고 사는가 봅니다.
집을 나서는데 제 몸에서 순간 고등어 냄새가 나는듯 했어요.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했는데도..
정말로 냄새가 나는건지 제가 신경을 써서 그렇게 느껴지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순간 향수의 그루누이와 남가이 생각이 나더군요.
물론 그렇게 몸에서 페로몬같은 냄새가 나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보이지않는 향수는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평생을 씻지 않아도 온갖 동네의 온갖 굳은일을 도맡아 하는 극직한 효심의 황만근과
남가이는 각각 다른 향기로 살아 갑니다.
물론 두 사람 다 씻지 않는 사람들이죠. 그래도 향은 존재합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서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각각의 향기는 다른 모습, 다른 언어로 묘사되겠지요.
누가 저를 착한 사람으로 봐주길 기대하지도 않지만 그 반대로 봐주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착하다는 의미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아니 착하게 산다는게 어떻게 사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웃고자 하지만, 울지 않기만 바랄 뿐이죠. ^^
여러분은 스스로에게서 어떤향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고등어같은 냄새만 아니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향이 장미향일 수만은 없다해도..

Posted by 이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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