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림, 2009년 여름날..

                                                                                                                        

기다림은 남아 있는 세탁기의 시간과 같습니다

                                            詩/심현보 

 그 사람은 모른다
그 사람은 절대 알 수가 없다.
아프지만 분명한,
             기다림의 절대 원칙
             
 

뭐, 한 새벽 한시쯤
늦은 시간에 세탁기를 돌려여 할 때 있잖아요.
내일 모레쯤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그때 꼭 입어야 할 옷이 더러워져 있을 때 말이예요.

 게다가 내일은 새벽부터 나가야 할 때,
세탁소에 갈 수 있는 시간도 아니고,
혼자라 누구에게 부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냥 다른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꼭 그 옷이어야 할 것 같아서
결국엔 세탁기를 돌리죠.

세탁물을 넣고
세제를 넣고
물이 '쏴아' 하고 세탁기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확인하고
거실로 나옵니다.
책을 좀 보다가
자꾸만 눈꺼풀이 무거워지면
베란다로 나가서
담배도 한 개비 피우죠. 

시간을 확인해봅니다.
고작 20분쯤 흘렀네요.
아직도 40분 넘게 기다려야 합니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게 초조하고 부담스러워지죠.
그러면 무언가를 원망하고 싶어집니다.
왜 하필 그 옷이 더럽혀져 있었는지
왜 하필 모레가 약속인지
왜 하필 내일은 새벽부터 나가야 하는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남아 있는세탁기의 시간 같아요.
꼭 그게 아니면 안 되니까 안 할 수도 없고,
초조하면 초조할수록 시간은 더디 흐르죠.
왜 하필... 왜 하필...원망하면 할수록
시간은 더디 흐르는 법입니다. 

Posted by 이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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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0168265.tistory.com BlogIcon 미자라지 2009.07.01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굉장히 독특한 시군요..
    이런거 정말 좋던데...
    뭔가 특이한 발상..^^

  2. Favicon of https://thinknow.tistory.com BlogIcon Channy™ 2009.07.01 1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다림의 시간은 남아있는 세탁기의 시간이라....
    기다림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되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3.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09.07.01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이 철학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의 제목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