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쉼.. 9

가르릉 거리면서 달려오는 기차는 내 품에 안기는 고양이 같습니다
 달려오는 기차의 속도를 감지하지도 못하리만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집니다
눈이 부시군요. 갑자기 고호 생각이 났습니다

난 나른하게 누워있는 철로를 바라보면서 비가 가늘게 내리는 기차역에 서 있습니다
이젠 맘도 차분하고, 철로도 비로 인해 차분하게 있겠지요

 옷이 젖는다는 이유 하나때문에 무지 싫어했던 비가 이젠 좋습니다
옷이야 빨면 되는거고, 일단 뜨겁지 않아서 좋고 우산이 있다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맘놓고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잖아요..

테이크 아웃에서 카페라테 한잔 뽑아들고..

기차는 다양한 풍경을 제공합니다
개망초도 보이고 서양민들레도 보이고요 질경이도 보입니다
 
여름의 태양을 맞으면서 작은 틈에서 저들 나름대로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가는 비는 바람에 날리고, 나는 커피를 다 마셔 버렸습니다
 
이젠 마치 난 내가 할일이 없는 듯이 앉아만 있습니다
커피가 있다는 건 내 삶에 있어서 행운이죠.

설렘과 기다림을 안고 미끄러지듯이 달리는 기차안과 밖의 풍경은 판이합니다
고단한 화물열차는 서 있고 난 스치듯 지나갑니다
커피가 담겨져 있던 컵도 조용합니다

하늘도 파아랗고... 기차도 파랗고.
기차여행에서 커피가 없다는 생각은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죠
감성과 감성의 결합이며 세상(밖)을 평화롭게 볼 수 있는 계기
가 되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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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는 태양을 찾아 남쪽의 아를르에서 커피를 마시고,
해바라기를 그렸습니다

난 남쪽의 아를르같은 지방을 향해 달리는 기차안에 있습니다

어느 이름 없는 사막의 미쳐버린 오렌지처럼
아를르의 태양은
울부짓으며 동그랗게 맴돌고..


                                                                                                      이그림 egrim 
                                                                                                                           



Posted by 이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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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드리햅번 2008.07.13 07: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란기차와 커피..
    여름날 딱 어울리는 풍경입니다.
    물론, 해바라기도 좋지요.

  2. Favicon of http://blog.daum.net/beijing-eve BlogIcon 그날이 오면 2008.07.13 0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그림!

    기차를 타 본 지가 어제인지 까마득득 하네요
    흠~ 카페라떼...마시고싶다요...ㅎ
    시커먼 커피 물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목적지가 어디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며
    혼자도 좋지만 또 다른 그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더 좋을것 같다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날이 무쟈게 덥네요...당연지사

    늘 건강하시고 유쾌한 휴일 보내세요.

  3. como 2008.07.13 1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뇨자...이그림님.

    오늘도 행복하세요.ㅎㅎ

  4. 2008.07.13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Favicon of https://jorba.tistory.com BlogIcon IS THIS 2008.07.13 13: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쪽의 아를르 같은 지방이라.. 어디 댕겨오신 건지 궁금하네요.
    남은 오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며 이만~ ^^

    • Favicon of https://egrim.tistory.com BlogIcon 이그림 2008.07.13 1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서울서 2시간 정도의 소도시..
      서울에선 죄다 내려가는 곳이죠
      저녁에 멋진 곳에서 스파게치 드셔 보세요^^

      요즘은 낮이 굉장히 길어요 밤은 짧고..

  6. Favicon of http://arttradition.tistory.com BlogIcon 온누리 2008.07.13 2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 없는 사이에 많이도 드셨네
    난 산행을 하는데 배고파 죽는줄 알았구만^^

    • Favicon of https://egrim.tistory.com BlogIcon 이그림 2008.07.14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쩐지 맛이 없더라니..
      온누리님이 배고파 죽는줄 알았다는데 제가 먼 맛이 있었겠어요..
      조금밖에 맛이 없었어요~~~~ 아주 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