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
소원
-고은-
나 산이고 싶다
강이고 싶다
내 조상
내 자손의 맨몸이고 싶다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
월인천강 月印千江
-이용한-
한 개의 강이 한 마리의 혓바닥을 데리고 태백산을 내려간다 두 그루의 절을 이끌고
시루봉을 돌아간다 열두 권의 늪을 건너 병산서원을 지나간다 마흔 채의 골짜기를
싣고 경천대를 비껴간다 아흔 벌의 마을을 거느리고 공단동을 미끄러진다 백여덟
그릇의 부처꽃을 피우고 왜관나루를 흘러간다 천육백 바퀴의 창문을 달고 무릉리
를 건너간다 일만 명의 새떼를 몰고 합강정에 쉬어간다 십만 송이 물고기와 함께 삼
랑진을 넘어간다 백만 켤레의 어머니를 부르며 을숙도를 휘어 돈다 칠천만 개의 목
숨싣고 다대포 앞바다에 도착한다
한 개의 강이 백강 천강으로 갈라져 단 한 개의 달을 비춘다
한 개의 달 표면을 흘러가는
천 개의 강, 천 개의 울음, 천 개의 저녁이 저리도 비릿한 하늘에 걸려 있다.
6월2일 책이 있는 교보문고에서
대운하를 반대하는 시인203명의 공동시집이 며칠전에 나왔다 어디 이 시인들 뿐이겠냐만
조국산하를 사랑하는 대표시인들이 모인 시집을 보는 맘이 착잡하고 뭉클함이 몰려온다
울분과 사랑과 한숨으로 한자씩 적어나간 시를 보니 내 가슴이 싸하다
늦은 오후엔 비가 조금씩 내리는가 했더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내린다
청계천의 다슬기탑 주변엔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고 물건을 비닐로 덮어둔 곳엔
어제밤의 흔적이 묻어 있다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린다
서점을 나와서 청계천을 갔다 실제로 한번도 내려가 걸어본 적이 없는 청계천..
늘 내려다 봤던 청계천길을 걸어봤다
이것으로 족하다 인공적인 물길을 만들어 흐르는 물은 이것으로 족하다.. 그냥 놔두라!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 고은님의 시가 귀에 쟁쟁하다
청계천 다슬기탑 주변..추적추적 비는 내리는데..
광화문엔 닭장차가 열대도 넘게 서 있다. 이순신 장군이 내려다 보고 계시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난 광화문의 지하로 내려간다 휘 둘러보니 종종걸음의 행인들 뿐..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린다!!
청계천의 다슬기탑 분수대 물엔 빗방울이 작은 포물선을 그린다 6월의 둘째날..
집에 오는길에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고 비는 세차게 내린다
벼룩시장의 신문으로 책을 감싸쥐고
빠른 걸음으로 빗속을 걸었다 결국 난 비를 맞았다
옷은 빨면 되고, 책 겉표지 역시 말리면 그만이다
대운하는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냥 놔두라!!
★이그림 블로그 스크랩-> http://blog.daum.net/egrim
'이그림 에세이 / 책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복종 (6) | 2008/06/09 |
|---|---|
| 소나기 내린 어젯밤에.. (14) | 2008/06/04 |
| 그냥 놔두라 (13) | 2008/06/02 |
| 도시의 몬드리안 (24) | 2008/06/02 |
| 재미있는 사진..남과 여 (26) | 2008/06/01 |
| 김치에 꽃잎얹고~~ (15) | 2008/05/29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