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의 안쪽
고영민
딸이 자꾸만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
일러줘도 그때뿐 별 소용이 없다
신발 안쪽에 작은 표시를 해준다
유아의 발 모양은
안쪽과 바깥쪽의 차이가 거의 없고
신발을 가꿔 신어도
불편하지 않다는데,
우리 동네엔 하자 난 신발을
싣고 와 제집 마당에 부려놓고
스스로 짝을 찾은 사람에게 헐값에 파는
장사꾼이 있었지
운이 좋으면 정말 제짝을 찾았어
치수는 대부분 한쪽이 230밀리라면
한쪽은 240밀리로 늘 작거나 헐거웠지
나는 그때 치수는 같은데
울 다 왼쪽인 신발을 어머니가 사가지고 와
그걸 일 년 동안 신고 다닌 적이 있어
어머니는 반나절 그 집 마당,
산더미 같은 신발 무덤에서 내 짝을 찾았다지
당시 나는 자꾸만 왼쪽으로 걸었어
그때 표시를 해두어야 할
내 신발의 안쪽은 어디였을까
걷는 동안만 안쪽이고 바깥쪽이었던
그 두리번거리던 안
지금도 나는 걷다 보면
몸이 자꾸,자꾸 만 왼쪽으로 쏠려
'이그림 에세이 / 책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3월의 안개 내리는 날 - 그림일기 (14) | 2008/03/27 |
|---|---|
| 창문을 통해서 밖을보다--캔버스와 커피 (8) | 2008/03/22 |
| 신발의 안쪽-고영민 (6) | 2008/03/18 |
| 내 영혼과 육체는 (8) | 2008/03/06 |
| 고영민-질박하고 투박한 詩 (8) | 2008/03/05 |
| 남대문 - 사건,우연 (14) | 2008/02/25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